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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뉘우스

블랑카를 아십니까?

by 뚜비뚜비뚜뚜바 2004. 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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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소클럽에서 블랑카 코너를 봤을때, 정말 외국인 노동자인줄 았았다. 어눌한 말솜씨에~ 어눌한 생김새.

시간이 되면 한번쯤 봐보시길... ㅎㅎㅎ



KBS2 폭소클럽 ‘블랑카’ 정철규

“안녕하쎄~요. 스리~랑카에서 온 블랑카~입니다”. “저 한국 온 지 10년 돼~써요. 한국 회사에서 일하다 와이프 봉숙이 만나~써요. 사랑해~써요.” “뭡니까 이게…, 봉숙이 나빠요!!”
월요일 밤 자정 무렵에 하는 KBS 2TV ‘폭소클럽’을 보다보면 외국인 근로자로 보이는 한 남자가 어눌한 한국말을 쓰며 한국생활의 애환을 특유의 재치로 풀어놓는 코너를 만날 수 있다.

‘블랑카의 이게 뭡니까’로 명명된 이 코너에 ‘정철규’라는 자막이 뜨기 전까지(혹 뜬다 하더라도) 무대 위의 남자가 한국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일자 헤어스타일, 촌스런 복장, 몸짓 발짓을 섞어가며 구사하는 어눌한 한국 말. 어딜 봐도 동남아 어디에서 온 외국인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나 그는 외국은커녕 제주도도 가본 적이 없는 경남 창원 출신의 토종 한국인. 더군다나 그는 데뷔 6주째를 맞는 햇병아리 개그맨이다.

“친구들이 재미있다고는 했지만 이렇게 호응이 클 줄은 몰랐습니다.” 경남대 전기전자학과를 휴학중인 정철규(24)는 개그맨의 꿈을 이루기 위해 지난해 12월 위성방송 KBS코리아 코미디 프로그램 ‘한반도 유머 총집합’에 출연해 ‘블랑카 개그’로 우승하고 ‘폭소클럽’ 무대에 입성했다.

“산업체 병역특례요원으로 3년간 외국인 근로자와 같이 생활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들의 말투를 익혔어요. 친구들에게 흉내내 보였는데 너무 재미 있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외국인 근로자를 소재로 개그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지난달 9일 처음 방송이 나간 뒤 ‘폭소클럽’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은 ‘소재가 너무 신선하다’ ‘블랑카 정말 재미있다’ ‘블랑카가 누구냐’는 글들이 폭주했다.

그러나 방송 2회 만에 도중 하차할 뻔했다. 외국인 노동자 블랑카가 한국의 노동현장에서 겪는 부당한 현실을 빗댄 그의 개그가 중소기업 사장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기 때문이다.

더이상 중소기업 관련 소재를 사용할 수 없게 되자 지난달 23일(3회)부터는 블랑카가 한국 여자 봉숙이와 결혼해 겪는 한국문화 풍자로 방향을 돌렸다. 그런데 이번에는 ‘봉숙이’들이 들고 일어났다.

‘딸 봉숙이가 방송이 나간 뒤부터 창피하다며 학교에 안간다’ ‘왜 봉숙이를 매도하느냐’ ‘봉숙이로 대변되는 외국인 근로자와 결혼한 한국여자를 비하하지 말라’는 등의 항의가 게시판을 달구고 있다.

“개그는 개그로 봐주셨으면 좋겠는데, 자꾸 이런 일이 생기니까 무척 당황스럽죠. 또 소재를 바꿔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폭소클럽’ 출연을 계기로 서울로 주거지를 옮긴 그는 청파동에서 자취생활을 시작했다. 산업체 특례요원으로 받은 월급을 차곡차곡 모아 방을 얻는 데 보태기도 했다는 그는 반듯하고 야무진 24살 청년. “전철 타는 게 가장 재미있다”는 그는 순박한 새내기 서울시민이기도 하다.

〈김후남기자 khn@kyunghyang.com 〉

경향신문 2004-03-23 18:4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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